리버풀 FC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클럽 중 하나로 평가받는 팀입니다. 리버풀 FC는 단순한 축구 클럽을 넘어, 혁신적인 전술과 철학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나아가 유럽 축구의 역사를 써 내려간 명문 구단이며, 이러한 리버풀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선수들의 활약뿐만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감독들의 전술적 역량 덕분이었습니다. 빌 섕클리부터 위르겐 클롭에 이르기까지, 리버풀의 감독들은 각자의 독특한 축구 철학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었고, 이는 곧 리버풀의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리버풀 역대 감독들의 전술 철학을 심층 분석하고, 각 감독의 전술이 리버풀의 성공에 미친 영향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빌 섕클리 (1959~1974): Pass and Move
빌 섕클리는 리버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침체에 빠져 있던 팀을 맡아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섕클리는 "패스 앤 무브(Pass and Move)"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철학을 팀에 도입했습니다. 당시 잉글랜드 축구는 주로 롱볼과 피지컬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주류였지만, 섕클리는 짧은 패스와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섕클리는 4-4-2 포메이션을 잉글랜드에 도입하고 대중화시킨 선구자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선수들에게 "공을 주고받고, 끊임없이 움직여라"라고 강조하며, 단순한 패스 게임이 아닌, 공간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섕클리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높은 수비 라인을 구축하고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이는 선수들의 높은 체력과 전술 이해도를 요구하는 방식이었지만, 섕클리의 리버풀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1960년대와 70년대에 리그 우승과 FA컵, UEFA컵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섕클리의 '패스 앤 무브' 철학은 단순한 전술을 넘어 리버풀의 DNA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리버풀 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밥 페이즐리 (1974~1983): 효율성과 실용주의
빌 섕클리의 뒤를 이어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은 밥 페이즐리는 섕클리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리버풀을 유럽 최강의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페이즐리는 섕클리의 '패스 앤 무브'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전술을 도입했습니다.
페이즐리는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사용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4-3-3 포메이션을 활용하여 공격력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유럽 대항전과 같이 공격적인 전술이 필요할 때는 4-3-3 포메이션을 통해 더욱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중원에 그레이엄 수네스와 같이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를 배치하여 공격 전개를 조율하게 했고, 측면 윙어들의 빠른 돌파와 크로스를 통해 득점을 노리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이즐리의 또 다른 강점은 세트피스 전술의 활용이었습니다. 그는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득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한 훈련을 진행했고, 이는 리버풀의 중요한 득점 루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페이즐리의 리버풀은 9년 동안 리그 우승 6회, 리그컵 3회, UEFA컵 1회,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3회 등 무려 20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페이즐리의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전술 철학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케니 달글리시 (1985~1991, 2011~2012)
케니 달글리시는 선수 겸 감독으로 리버풀의 황금기를 이끈 또 한 명의 전설입니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뛰어난 기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리버풀의 공격을 이끌었고, 감독이 되어서도 이러한 장점을 살린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였습니다.
달글리시는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사용하면서도,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하는 변형된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습니다. 이 포메이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후방에 배치하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전방에 배치하여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달글리시는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하여 창의적인 플레이를 유도했고, 존 반스, 피터 비어즐리와 같은 뛰어난 공격수들은 달글리시의 전술 하에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습니다.
달글리시의 리버풀은 빠르고 유기적인 공격 전개와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많은 득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선수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이끌어내는 데 능했습니다. 달글리시의 첫 번째 감독 임기(1985~1991) 동안 리버풀은 리그 우승 3회, FA컵 2회 등 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잉글랜드 최강팀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라파 베니테스 (2004~2010): 이스탄불의 기적
라파 베니테스는 스페인 출신 감독으로, 리버풀에 정교하고 조직적인 축구를 이식한 인물입니다. 베니테스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며, 수비적인 안정감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베니테스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주로 사비 알론소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때로는 스티븐 제라드)를 배치하여 중원을 강화하고,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습니다. 또한, 측면 윙어들에게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하며,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수비 전술을 구축했습니다. 베니테스는 상대 팀의 전술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에 맞춘 세밀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베니테스의 가장 큰 업적은 2004-05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AC 밀란을 상대로 거둔 "이스탄불의 기적"입니다. 리버풀은 전반전에 3골을 실점하며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전에 베니테스의 전술 변화와 선수들의 투혼을 바탕으로 3골을 따라잡고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베니테스의 뛰어난 전술적 역량과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베니테스는 리버풀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FA컵 우승 등 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팀의 유럽 무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위르겐 클롭 (2015~2024): 현대 축구의 정점
위르겐 클롭은 독일 출신 감독으로, 리버풀에 활력 넘치는 공격 축구와 '게겐프레싱'이라는 혁신적인 전술을 도입하여 팀을 다시 한번 유럽 정상으로 이끌었습니다. 클롭은 4-3-3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며,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게겐프레싱은 공을 빼앗긴 즉시, 공을 빼앗긴 지점 근처에 있는 선수들이 빠르게 압박하여 다시 공을 탈취하는 전술입니다. 클롭은 공격수들(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등)에게 높은 위치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고 빠른 역습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클롭은 풀백들에게도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주문하며, 측면 공격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클롭의 리버풀은 빠른 템포와 끊임없는 압박, 그리고 화려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2018-19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9-20 시즌에는 3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리버풀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클롭의 전술은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리버풀을 넘어 전 세계 축구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르네 슬롯 (2024~ ): 클롭의 후계자?
아르네 슬롯은 2024-25 시즌부터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은 네덜란드 출신 감독입니다. 슬롯 감독은 이전 소속팀이었던 페예노르트에서 공격적이고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2022-23 시즌에는 페예노르트를 에레디비시 우승으로 이끌며 주목받았습니다.
슬롯 감독은 주로 4-2-3-1 또는 4-3-3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강조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합니다. 이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게겐프레싱'과 유사한 면모를 보이는데, 슬롯 감독 역시 공을 빼앗긴 후 즉시 압박하여 다시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페예노르트 시절 슬롯 감독은 공격진의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와 풀백들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많은 활동량과 전진성을 요구하며 공격에 가담시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전술적 특징은 리버풀의 기존 스타일과 잘 부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슬롯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와 리버풀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전술적 변화를 시도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클롭 감독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어떻게 팀에 녹여낼지, 그리고 리버풀 선수들의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할지가 슬롯 감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현재까지는 호평을 받으며 프리미어리그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조금씩 힘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서 이번 시즌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지켜보는 재미도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리버풀 전술 철학의 진화와 미래
리버풀의 역대 감독들은 각자의 독특한 전술 철학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었고, 이는 리버풀의 성공 역사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빌 섕클리의 '패스 앤 무브'는 리버풀 축구의 기본 정신이 되었으며, 이후 밥 페이즐리의 효율적인 전술, 케니 달글리시의 창의적인 공격 축구, 라파 베니테스의 조직적인 수비, 그리고 위르겐 클롭의 게겐프레싱까지, 리버풀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왔습니다.
섕클리의 철학은 클롭의 게겐프레싱에서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창출하고, 공을 빠르게 주고받는 플레이는 섕클리가 강조했던 '패스 앤 무브'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처럼 리버풀은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아르네 슬롯 감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슬롯 감독이 리버풀의 전통적인 공격 축구를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